데이터에 관한 오해 4가지

60팀을 만나보면서 발견하게 된 데이터에 관한 오해 4가지


데이터에 관한 오해 4가지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듯 우리팀도 직감에 의존하여 일해왔다. 초기팀인지라 데이터가 많지 않기도 했고, 엄밀하게 데이터를 보지 않더라도 왠지 우리는 그간 쌓아왔던 탁월한 감으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당연히 잘될 거로 생각해서 많은 시간을 들였던 일들이 실패로 돌아가는 상황이 생겨났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니 우리의 의사결정력 자체가 의심되기 시작했고, 하고 있는 일들의 방향이 타당한지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러다 감사하게도 주변 분들의 몇몇 조언과 책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을 만났다. 표현은 달랐지만 메시지는 하나로 정리되었다. ‘현실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현실은 데이터로 알 수 있다!’

가령 우리가 세운 가설이 사실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많은 양이 아니더라도 우리만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할 수 있다. 또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장기적으로 타당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장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우리는 다를 거야’라는 생각이 실행을 방해했었다..🥹)

이런 식으로 올바른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니 적은 양일지라도 의사결정에 대한 확신을 높여주고, 결정의 성공 타율이 높아졌다. 사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내 결정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레벨이 확 줄어서 매우 큰 가치가 있었는데 성공 타율까지 높아지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더불어 우리만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60여팀의 잠재 고객을 만나는 과정에서, 다른 팀들도 우리가 했던 고민을 비슷하게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만나는 모든 팀들이 규모와 상관없이 데이터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지금보다 더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팀들이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혹은 이미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하고 있으나 이게 데이터라는 인식이 없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그랬다.

이런 생각들은 데이터와 관련된 몇 가지 일반적인 오해에서 비롯했다는 걸 발견했다. 이 오해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해소하여 작은 스타트업일 때부터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인 오해 4가지

  • 데이터가 적어서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할 수 없다?
  • 데이터로 일하기 위해서 빅쿼리, 태블로와 같은 비싸거나 어려운 기술이나 도구가 필수다?
  • 데이터로 일한다는 건 통계적 분석을 하는 것이다?
  • 팀이 커지고 데이터 팀을 채용한 후부터 데이터로 일하면 된다?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 한다는 건 무엇인가?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한다고 하면 대량의 데이터를 가지고 그럴싸한 차트로 시각화하며 분석하는 모습이 상상된다. 왠지 데이터 마트니 데이터 웨어하우스니 하는 걸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거 같다. 그러나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하는 건 기술이나 도구보다는 일하는 방식과 마인드셋에 대한 것이다.

현실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고, 형용사가 아닌 숫자로 소통하는 문화를 갖추는 게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 하는 것이다. 직감에 의존하기보다는 숫자를 통해 현실을 왜곡 없이 인식하고, 형용사보다는 숫자를 사용하여 서로가 의미하는 바가 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가령 ‘국내에도 스타트업이 많으니까 B2B를 하면 잘될거야’가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이 N개가 있고, 그중 M%의 회사가 연 O만 원을 낼 의사가 있다고 가정하면, 장기적으로 연 매출 P 억짜리 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을거야’와 같은 식이다. 형용사 대신 숫자가 들어가는 순간 어느 정도의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문장에 들어간 가정에 대해서 검증하는 액션 플랜이 쉽게 뽑힌다. 검증이 끝난 후에는 관련 결정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진다.

데이터에 관한 일반적인 오해 4가지

데이터가 적어서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할 수 없다?

아니다. 의미없는 대량의 데이터보다 질 좋은 소량의 데이터가 더 가치있다.

규모가 작은 팀일수록 데이터가 적어서 볼 데이터가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데이터는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책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₁₎ 그렇기에 소량이더라도 질 좋은 데이터를 수집해서 확인해버릇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₁₎ 이 책은 의미없는 대량의 데이터인 ‘그들의 데이터’가 아닌 소량이더라도 질 좋은 ‘나만의 데이터’를 확보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나만의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수집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의 3장 이름은 ‘생각은 접어두고 데이터를 모으라’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팀은 정성적인 피드백을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생긴 정성적인 감을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데이터를 확인해나가야 한다.

가령 제품 출시 전인 극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잠재 고객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A라는 문제를 많이 얘기한다’라고 느낄 수 있다. 이때 미팅을 할 때마다 기록을 남겨두었다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실제로 A 문제를 얘기한 고객이 몇 % 인지, 더 많이 얘기됐던 문제는 없는지 등을 참고하면 잘못된 감을 가지고 의사결정하는 걸 막을 수 있다. (가장 흔하게는 내가 A 문제에 대한 아이디어에 꽂혀있을 때, A 문제를 얘기했던 고객만 기억나는 등의 확증 편향으로 인한 잘못된 의사결정을 막을 수 있다.)

제품 출시 직전/직후라면 유저 피드백들을 검증하기 위해 활용할 데이터를 최대한 상세하게 수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피드백을 받았을 때 데이터로 검증해 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몇몇 유저들이 B라는 기능이 너무 좋다고 피드백을 주었을 때 B 기능 개선에 시간을 쓰고 마케팅하는 비용을 투자하기 전에 다른 유저들도 B 기능을 잘 쓰고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데이터로 일하기 위해서 빅쿼리, 태블로와 같은 비싸거나 어려운 기술이나 도구가 필수다?

아니다. 데이터로 일하는 방식과 마인드셋, 문화, 프로세스를 갖추려는 노력이 먼저고, 기술이나 도구는 그 다음이다.

좋은 기술이나 도구를 갖출 수 있다면 좋기는 하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오히려 복잡한 기술이나 도구를 도입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우에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하는 데에 실패한다.₂₎

₂₎ A narrow focus on technology and tools rather than staff and processes is another common failing. Five facts: How customer analytics boosts corporate performance - 맥킨지

언제나 그렇듯 적정 기술이 중요하다. 작은 팀에서는 구글 시트 정도로도 할 수 있는 게 많다.₃₎ 만일 제품 내에 유저 행동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필요하다면 GA(Google Analytics)믹스패널과 같이 간단하고 저렴한 분석툴을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₃₎ 구글 시트 랜딩 페이지의 캐치프라이즈는 ‘Google Sheets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결정 내리기’다.

구글 시트 랜딩페이지

데이터로 일한다는 건 통계적 분석을 하는 것이다?

아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표본을 확보해서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형용사가 아닌 숫자로 일하는 모든 노력이 데이터로 일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OKR을 도입하여 Key Results를 보며 일하는 것도 데이터로 일하는 것에 한걸음 다가가는 일이다. 사업 전략을 짜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가정에 기반한 그럴싸한 스토리만 짜는 게 아니라 그 스토리가 현실에 부합하는지를 시장 규모나 고객들의 구매력과 같은 숫자에 기반한다면 이 또한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하는 것이다.

통계적 분석은 나중에 데이터가 많아지고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원인이 궁금해질 때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이다.

팀이 커지고 데이터 팀을 채용한 후부터 데이터로 일하면 된다?

아니다. 작은 팀일 때부터 데이터로 일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훨씬 유리하다.

첫 번째 이유는 데이터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려 귀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PMF를 찾지 못해서다. 또 나중에 가서 시장이 작다는 걸 발견하기도 한다. 이를 사전에 빠르게 확인해 보았다면 회사를 세우고, 사람을 채용하고, 제품을 개발하여 런칭하고, 확장한 후에서야 아차 하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문화적인 이유다. 위에서 말했듯 데이터로 일하는 건 기술이 아닌 일 하는 방식, 문화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문화는 사람이 난 후에 바꾸는 게 매우 어렵다. 설득 단계에서부터 매우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이 적을 때부터 당연하게 데이터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두는 게 낫다.

세 번째는 데이터 수집 때문이다.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때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같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초반부터 꼼꼼하게 데이터를 모아두는 습관을 갖춰야 나중 가서 봐야할 데이터가 없어서 후회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위 4가지 오해들로 데이터 드리븐이라는 단어가 대단하고 어려운 것처럼 느껴지고, 나중에 해결할 일로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 얼마든지 지금 당장 데이터 드리븐하게 일할 수 있는 게 많고, 우리 단계에 맞는 적정 기술과 방법으로 필요한 만큼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일해야 한다.

우리팀 또한 규모에 맞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팀의 자신감 레벨이 높아졌고, 실행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고생한 시간이 있긴 했지만 이제라도 레슨을 쌓고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혹여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팀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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